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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1-01 15:15
[문화쉼터] 인사동 거리 걸으려면 입장료 내라?… ‘쌈지길 유료화’ 이대로 좋은가
조회 : 4,821  

[쿠키 사회] 서울 종로구 인사동 명물거리에 자리잡은 ‘쌈지길’을 아시는지.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쌈지길을 찾았다. 문화적인 향취를 느끼며 조금은 색다른 디자인의 생활용품도 살 수 있고 다섯살난 아이가 3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해 가끔 찾는 곳이다.

쌈지길 ‘입장료 3000원’ 알고 계신가요 평상시처럼 쌈지길 안으로 들어서려다 제지당했다. 한쪽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른 용무겠거니 개의치 않고 줄을 피해 들어가는 참이었다. 쌈지길을 운영하는 기관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3000원짜리 입장권을 사라고 요구했다. 어리둥절해 하며 상황을 살펴보니 기존엔 없던 매표소가 하나 서있고,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트가 있었다. 입장료 가격과 이용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문도 그제야 보였다.

길을 막아선 직원의 설명인즉 지난달 25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갤러리 쌈지’를 포함해 쌈지길 전체에서 앤디 워홀 전시회를 개최하며, 입장료라지만 3000원 짜리 티켓을 쌈지길 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손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게 없다는 것이었다.

입장료 신설의 취지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다 구매를 거부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표를 사서 들어가기도 했다.

가게 주인-손님 ‘실랑이’ 빈번 이왕 내딛은 발걸음, 그냥 ‘입장’하기로 했다. 3살 이상은 입장권을 사야 했기에 3장을 구매했다. 평소 무료로 이용하던 곳을 9000원의 돈을 내고 들어가자니 착잡했다. 구경하다 맘에 드는 게 있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산책만 하다 나올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9000원어치 티켓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졌다.

맘에 드는 물건을 하나 고르고 티켓 3장을 내니, ‘1인 1매’가 사용 원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울며 겨자 먹기’로 최대한 3000원에 근접한 가격의 물건을 산다고 샀는데도, 3가지를 구매하다 보니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평소와 달리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를 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 31일 공식적으로 취재 요청을 하고 다시 쌈지길을 찾았다. 먼저 쌈지길 홍보 담당자를 만났다. 입장료 신설의 취지를 물었다.

“쌈지길이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명실상부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예술과 쇼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 앤디 워홀을 시작으로 백남준 1주기전을 준비하고 있고, 이후에도 저명한 아티스트를 보다 가까이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쌈지길 공식 전시장인 ‘갤러리 쌈지’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나머지 공간에 설치된 것들은 무료로 감상하게 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갤러리 쌈지’에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전시돼 있다.

“전시장 뿐 아니라, 쌈지길 전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꾸민 것이다. 여러 매장에는 앤디 워홀의 아이디어가 차용된 상품들도 준비돼 있고, 설치물들도 배치했다. 여느 전시장과 비교할 때 3000원은 결코 비싼 입장료가 아니다. 게다가 고스란히 입장권 값어치 만큼 상품을 살 수 있으니 입장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1인 1매 사용’ 일방적 강요 아닌가 구매한 입장권을 쌈지길에서 소비하고 가면 되는 것 아닐까. 굳이 ‘1인 1매’로 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고객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채 쌈지길의 매출 증대만 고려한 조치 아닌가.

“고객 입장에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대라면 할 말이 없다. 그것은 회사에서 정한 운영 방침이다. 한꺼번에 여러 장의 티켓을 낼 경우, 몇몇 업체에만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분산하는 측면에서 입접해 있는 점주들을 고려한 조치다.” 쌈지길에서는 평소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티켓 6장을 내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1인 1매’ 원칙을 설명하는 판매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져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티켓 2장을 냈다가 1장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골랐던 물건을 놓고 ‘정확히’ 3000원 짜리 물건을 다시 집는 쇼핑객도 있었다.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1인 1매 사용’은 피곤한 원칙인 듯 보였다.

3000원 배분 놓고 쌈지-점주 ‘진실 게임’ 입장료 3000원은 어떻게 배분되는지 홍보 담당자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수수료 매장이다. 평상시 2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데, 입장료 티켓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20% 정도를 회사 측에서 가져오고, 나머지는 점주의 몫이다.” 입장료 배분에 대한 점포 주인의 설명은 달랐다.

쌈지길에 입점해 있는 모 점포의 주인은 “입장권이 포함 되지 않은 일반 매출과 다른 요율이 적용된다. 총 50%, 1500원을 쌈지 측에서 가져간다. 3000원짜리 물건을 팔았을 때, 쌈지에서 1500원 가져가면 우리에게는 1500원이 남는데 여기에는 물건의 원가가 포함된다. 어떤 물건은 원가가 1500원 이상인 경우가 있어서 ‘팔면서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500원이라도 남으려면 1000원 짜리 물건을 3000원에 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쌈지길 유료화 운영(안)’ 4쪽에 따르면, ‘단 티켓에 한해서는 티켓의 50%(수수료 25% 입장료 25%)를 당사 수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쌈지길 유료화 “며느리도 몰러” 쌈지 측에서는 유료화 방안에 대해 점포 주인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을까.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같았다.

먼저 홍보 담당자는 “점주들과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을 진행시킨 것은 아니었다. ‘사측의 의지가 이러하고, 쌈지길의 질적 콘텐츠 향상이나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터이니 협조해 달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점주들도 사전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음을 분명히 했다.

“유료화 실시 9일 전에 회의가 있었다. 유료화 방안 마련 이전에, 점주들과의 논의를 통한 의견 취합 등의 과정은 없었다. 당일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 찬성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높았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실험을 하는 중” 쌈지 측이 가져가는 1500원은 어떻게 사용될까.

천호선 쌈지길 대표(사진)는 “입장료 가운데 쌈지의 수익으로 남는 부분은 없다. 유명한 아티스트의 전시회 유치 비용 및 국내 작가 후원에 쓰인다.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갤러리 쌈지’와 쌈지길 곳곳에 앤디 워홀의 한국적 적용으로 볼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배치돼 있다. 지원금을 주고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쌈지가 후진 양성에도 앞장서는 것”이라며 입장료를 통해 이익을 취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입장권 제도, 1인 1매 사용 원칙 등이 절대불변의 원칙인지, 고객들의 저항이 크면 수정될 수 있는지 천 대표에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쇼핑몰에서 무슨 입장료를 받냐’라고 생각지 말아달라. 쇼핑몰이자 갤러리인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봐달라. 3000원의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충실히 전시를 준비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인지라 초기 단계에서 잡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실험이므로 차차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수도 있고, 운영의 묘를 살릴 수도 있다. 다만 예술적인 쇼핑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예술을 보다 가까이 향유하게 하려는 의도는 알아줬으면 한다. 예술적 향유는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입장객 많아지면, 요금 더 올리겠다? 사람들의 생활 공간 속으로 예술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의도라면, 입장료를 받지 않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천호선 대표는 “예술을 감상하려면 적정한 상황적 조건이 돼야 한다. 시장통에서 전시회를 할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쌈지길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를 적절하게 컨트롤 하기 위해 입장료 제도를 만든 것이다. 쾌적하게 작품을 감상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만일 3000원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무료 시절 만큼 입장객이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물었다. 천 대표는 “그러면 입장료를 5000원으로 올릴 수도 있다. 일단 돈을 내고 들어온 고객의 만족도를 우선시 해야 한다”며 품격있는 쇼핑 문화공간으로의 변모를 강조했다.

“열린 공간의 변질에 거부감 느껴” 쌈지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쌈지길 유료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쌈지길이 내건 안내문을 열심히 읽고 있는 두 명의 젊은이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조용현씨(24 ·대학교 휴학생)는 “인사동이나 쌈지길 모두 ‘열린 공간’의 대명사였다. 그런 곳에서 입장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든다. 드나듦을 제한한다는 것은 닫힌 공간이라는 의미”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입장권을 사지 않고 친구와 함께 발길을 돌리는 조씨에게 이유를 묻자 “오가며 편히 드나들었던 곳인데, 사전 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에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36세의 전업 주부는 “백화점 이벤트홀에서 전시회 한다고 입구에서 돈 받는 것 본 적 없다. 입장권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은 사지 않을 거면 들어오지 말란 얘기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입장권을 산 사람에게 ‘유료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수진씨(21 ·대학생)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사동 갤러리에 전시회를 보러 왔다가 들르곤 하는 곳이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오긴 처음인데, 어차피 입장권으로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매표소 안쪽은 3000원을 내고 평소와 다름없이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매표소 밖에는 3000원을 못 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고…. 모두에게 열려있고, 함께 즐기던 문화공간이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양상을 표출하고 있다. ‘쌈지길 유료화’ 이대로 좋은 것일까.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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