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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6-15 23:11
[문화쉼터] 화가의 가난 - 대기만성이란 ?????
조회 : 6,315  

전광영 화백, 스티로폼 한지로 싼 입체작품展


신작 앞에 선 전광영 화백.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국제 미술시장에서 스타 작가로 인정받은 그는 기성 화단의 냉대와 시련을 딛고 50대에 주류 무대에 진입한 전형적인 늦깎이 작가다. 원대연 기자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작품 그 자체보다 학연이나 인맥이 작용해 과소, 과대평가되는 작가들이 있다. 이런 현실에 환멸을 느낀 몇몇 화상(畵商)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아예 국제 시장에 주목했고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국적과 이름을 묻지 않고 작품만 거래되는 시장에서 한국 출신 스타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그 정점에 전광영(61) 화백이 있다.

그는 삼각형으로 자른 스티로폼 조각들을 한지로 싼 뒤 평면의 나무 캔버스에 퍼즐처럼 붙여 먹으로 염색하는 ‘집합(Aggregation)’ 연작으로 스위스 바젤과 미국 시카고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서 매진 행진을 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다국적기업과 미술관이 단골 컬렉터인 전 화백은 12월 세계 10대 화랑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의 ‘애널리 주다 갤러리’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열 예정.

15일∼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5-8449)에서 3년 만에 여는 그의 개인전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품을 신작들로만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전 화백은 50대가 되어서야 ‘뜬’ 전형적 대기만성 작가다. 늦익는 사람들이 겪기 마련인 오랜 인고의 세월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난날이 “거부(拒否)로 점철된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가업(벽돌공장)을 잇지 않는 아들과 인연을 끊은 아버지의 거부, 청운의 꿈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미국 화단의 거부, 귀국 후 작가의 오랜 공백과 실험정신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한국화단의 냉대는 홍익대 미대, 미국 필라델피아 미대 졸업이라는 나름대로 주류의 학맥을 좇아온 그였기에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여기에 쓰레기통까지 뒤질 정도의 가난까지 겪었다.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막노동을 하던 시절, 그는 어느 날 이런 글을 남겼다.

‘…작업실 바닥은 온통 물바다였다. 밤새워 그린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눈빛은 증오로 이글거리고, 불끈 움켜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흙탕물을 손으로 치며 울부짖었다. 하나님 절 좀 내버려 두세요. 도와주진 못할지언정 못살게 하지 마시고 모르는 척 좀 해달란 말이에요!’

귀국해서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자고 시작했던 미술학원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겨우 여유를 찾기 시작한 그에게 다시 닥친 고민은 작품에 대한 회의. ‘빛’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추상을 그려온 그는 상상력의 고갈과 씨름했다. 아내와 함께 무작정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점점 나의 것, 우리의 것이라는 정체성과 맞닥뜨렸다.

“안 맞는 옷을 억지로 껴입듯 너무 남의 것에 몰두했다는 자각이 들면서 문득 우리 옛 어른들이 쓰던 물건들이 새로워 보였다.”

한지를 이용한 그의 독특한 작품은 이렇게 탄생됐다.

“고향에 갔다가 강원도 집안 큰할아버지 한약방 천장에 주렁주렁 걸려 있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잘게 썬 스티로폼들을 한지로 싸는 행위 속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보자기 문화가 있다. 서양의 박스(Box) 문화는 계량, 정형으로 틀 지워진 문화이지만 넉넉하게 감싸는 우리의 보자기는 정(情)을 상징한다.”

신작들은 단순한 집적에서 벗어나 입체효과가 두드러진다. 먹의 농담과 스티로폼 조각들의 대소가 빚어내는 입체 효과는 논바닥에 파인 발자국 같기도 하고 운석이 떨어진 자리 같기도 하다. 대부분 1000호가 넘는 대작들인데 한 작품에 3만여 개의 스티로폼 조각들을 싸고 묶고 붙이니, 많으면 10만 번가량 손길이 닿는 셈. 인간의 노동이 주는 따뜻함과 힘을 느끼게 한다.

작가 전광영 씨(62)의 경기도 판교 스튜디오 작업실에는 고서로 싼 작은 삼각형 뭉치들이 가득 담긴 포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작은 수천개의 삼각형들은 밑그림이 그려진 화폭 위를 촘촘히 장식한다. 삼각형 속에 들어있는 건 가벼운 스티로폼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에 쐐기처럼 박혀있던 무명의 설움을 꼭꼭 싸서 발현시킨 결정체이다.

세계적인 한지 작가 ‘전광영’을 키운 건 8할이 콤플렉스, 뚝심, 그리고 노력이었다.

한국 미술계를 양분했던 홍대 미대 출신에다 1960년대 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건만 13년 만에 귀국한 뒤 한국의 어느 화랑도 그를 대접해주지 않았다.

“고작 이러려고 아버지가 그토록 말렸는데도 그림을 그렸나 하는 회의가 들 정도였죠. 하지만 그래 해보자.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 정도로 꺾일까보냐 하는 오기가 났어요.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개인전을 했습니다. 내 돈 내고서 말이죠.” 강원도 홍천에서 건축업을 했던 부자 아버지는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한 아들이 ‘환쟁이’가 되자, 대학등록금을 한푼도 주지 않았고 부자간의 인연을 끊다시피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고 ‘환쟁이 길’을 선택했다. 1969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유학을 떠나 막노동까지 해가며 작가생활을 했다. 불법체류자로 이민국에 쫓기는 와중에 자살을 두번이나 시도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나날들이었다. 귀국해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미술학원까지 운영해야 했다.

1989년 오랫동안 추상화를 하던 그는 ‘이제 안되면 시장에서 수건장사나 해야겠다’는 배수진까지 치고서 부인과 함께 전국을 돌며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뭔가 마음을 끄는 곳이 있으면 수십번을 반복해 가서라도 그 근원을 파고 들었다. 온양민속박물관을 서른 번이 넘게 찾아갔고 제주도에선 똥통 앞에서 몇시간이고 서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한국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제껏 남의 것을 흉내냈던가 싶었다. 그러다가 퍼뜩 머리를 스친 것이 어릴 때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본 천장에 매달린 약봉지들이었다. 고서들을 삼각형 모양으로 싸서 화폭에 촘촘히 채운 작품 ‘집합(Assemblage)’ 시리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작가는 선인들의 손때 묻은 고서를 싸고 있으면 마치 그걸 읽던 옛 선비나 서당 학생, 오라버니 책을 어깨 너머로 훔쳐보던 댕기머리 소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라고 했다.

“컬렉터의 부탁 때문에 할 수 없이 얼굴을 내민 박영덕 화랑 대표는 ‘어? 전작가 작품세계가 확 바뀌셨네요’하면서 즉시 개인전을 제안했어요. 그때 박영덕 화랑 대단했어요. 거기서 개인전을 열다니 …. 꿈꾸는 것 같았죠, 뭐.” 그렇게 나이 50에 첫 초대전을 열었고, 그후 LA 국제아트페어에서 최고의 화제가 됐다. 서양 미술평론가들은 ‘세포, 혹은 소립자를 연상시키는 개체들을 모아 화면을 이루는 동양적 방법과 군집을 이룬 개체들에서 느껴지는 삶의 유사성이 더해진 작품’이라며 극찬했다.

1997년 시카고 아트페어에 초대됐을 때만해도 아트페어엔 대가들만 나가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박영덕 화랑은 그와 함께 30~40대 젊은 작가들을 내보냈고, 이 시도는 그의 작품이 ‘솔드아웃’ 되면서 대성공을 기록했다.

올해만 해도 3월 세계 10대 갤러리에 꼽히는 애너리 주다 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6월 네덜란드 비엔날레, 그리고 9월에는 싱가포르 정부 초청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올해부터 사용되는 호주 고등학생용 미술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동양의 대표적 작가로 소개되고 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세계무대에 데뷔한 지 겨우 10년 되었을 뿐인 걸요. 이젠 아트페어보다도 해외 유명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전광영 브랜드’의 가치는 아트페어를 통해 인정을 받았으니 더 명품화시키는 데 주력해야죠.” 50대에 인정받은 ‘미술계의 마라토너’ 전광영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것 같았다.

〈글 이무경·사진 권호욱기자 lmk@kyunghyang.com〉 ◇작가 전광영은? ▲1944년 강원도 홍천생 ▲1968년 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1971년 필라델피아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1995년 박영덕 화랑 개인전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2005 국제갤러리 개인전 ▲2006년 런던 아넬리 주다 갤러리 개인전, 싱가포르 테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 개인전 예정 ▲주요 소장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이상 국내), 뉴욕 콜럼비아 법과대학, 뉴욕 록펠러재단, 호주 국립현대미술관(이상 해외)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천, 수만의 한지조각들을 모아 한편의 교향악 같은 입체회화를 선보여온 한지작가 전광영(61). 그가 세계 10대 화랑의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명문 애널리 쥬다(Annely Juda)갤러리에서의 초대전(내년 봄)을 앞두고 한국에서 신작들을 미리 선보이는 전시를 연다.

16일 개막돼 오는 12월 18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최근 2년간 제작한 신작을 선보인다. 신작은 보다 세련된 스타일과 한층 고차원적인 표현기법인 착시현상을 도입해 한결 드라마틱해졌다. 즉 끝간데 없는 심연을 열어젖혀 표출해낸듯 깊이감과 율동감이 확연하게 부여됐다. 사방으로 뻗은 선과 한지를 물들인 먹의 농담에 의해 생기는 부조(浮彫)효과는 영혼의 울림같다. 또 가까이에서 보면 평면이지만 멀리서 보면 운석이 떨어져 움푹 패인듯 입체로 느껴진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열정이 녹아든 거대한 설치작품도 출품됐다. 심장을 상징하는 이 대작은 검붉은 피를 분출하는 ‘현대인의 절규하는 가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홍익대와 미국 필라델피아대학원을 졸업한 전광영은 국내 보다 외국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의 체이스맨해튼은행과 록펠러재단, 컬럼비아법대, 보스턴의 피델리티투자회사, 런던의 버버리본사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또 세계적인 화장품기업인 레블론을 비롯해 RCA, 니먼마커스의 CEO도 그의 열렬한 팬이다. 작가는 이들의 저택에 초대돼, 자신의 작품이 내걸린 응접실에서 환대를 받곤 했다. 이쯤 되면 단연 월드스타인 셈이다.

그는 또 국적이며 학연, 인연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작품성과 완성도로만 평가되는 바젤아트페어, 시카고아트페어같은 정상급 미술박람회에서도 출품작이 프리뷰 때 대부분 매진되곤 한다. ‘세계 어느 작가도 보여주기 힘든 독창성’을 지닌 데다, 지극히 현대적인 미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데이비드 호크니같은 스타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어온 40년 역사의 애널리 쥬다갤러리의 데이비드 쥬다 대표는 “전광영의 작품을 7년 넘게 지켜봤는데 유니크하면서도 현대성을 갖춰 계약을 맺었다”며 “신작들은 훨씬 깊이감이 있고,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전광영의 작품은 현재 100호 크기의 작품이 점당 3만7000달러를 호가한다. 이는 지난 90년대말 점당 1만달러, 지난해 2만7000달러에 비해 크게 오른 가격. 또 내년 봄 애놀리 주다에서의 전시에서는 가격이 월드스타급으로 더 높이 책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만큼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의 작품이 갖는 정서적 파워는 빼곡하게 들어찬 한지 셀(cell)이 불러일으키는 정감에서 비롯된다.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손때가 묻은 한지 조각들은 서로 이어지고 꿰매지고 삐죽삐죽 솟아오르면서 아름답고 찬란한 영혼(soul)의 합주를 들려준다. 그가 ‘집합(Aggregation)’이란 타이틀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는 것도 바로 너와 나, 동과 서, 질서와 혼돈, 이성과 감성을 아우르며 또다른 혼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

집안 큰할아버지 한약방 천장에 주렁주렁 걸려 있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받아 한지를 일일이 싸고 잇는 작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째인 전광영. 1000호가 넘는 대작에 3만여개의 셀이 들어가니 10만번 가량 손길이 닿는 셈인데 결국은 그 엄청난 공력이 보는 이에게 ‘영혼의 울림’을 전해주는 힘일 것이다. 02-735-8449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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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문화쉼터] 한혜진씨의 캐리커쳐를 그려보았습니다 12-06 5733
97 [문화쉼터] ‘아기공룡 둘리’의 생가가 복원된다. 12-04 5255
96 [문화쉼터] 마음의 병 예술로 치료… 정서적 안정·자신감 불어넣는 프로그… 12-02 5147
95 [문화쉼터] 모래예술 11-28 4339
94 [문화쉼터] [따뜻한 책 한권] 개성 넘치는 다이어리 11-25 5167
93 [문화쉼터] 한 컷 한 컷이 그대로 작품! , 에릭 바튀 (1) 11-24 5013
92 [문화쉼터] 렌디 헨 작가 의 연필그림 (1) 11-17 5694
91 [문화쉼터] 스타크래프트 그림 실력, 한국이 지존 11-10 5198
90 [문화쉼터] 눈동자에 비치는 예술! 11-06 5393
89 [문화쉼터] 책 제목으로 본 2006년 출판 트렌드 11-04 4863
88 [문화쉼터] 잭슨폴락 그림 1.4억弗에 판매, 사상최고 11-03 5331
87 [문화쉼터] 인사동 거리 걸으려면 입장료 내라?… ‘쌈지길 유료화’ 이대로… (1) 11-01 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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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문화쉼터] 구족화가 오순이 교수 삶과 예술 10-30 6393
84 [문화쉼터] 행운의 그림 10-30 8118
83 [문화쉼터] 서울에서 가볼만한 단풍 명소 10-28 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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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문화쉼터] 아이들에겐 진짜같은 `책 속의 동물원` 10-17 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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