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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26 23:22
[공부나눔] 그림책은 책 이상이다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3,964  
그림책은 책 이상이다

읽어주는 그림책

 몇 해 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방에서 동화 구연을 하는 분인데 내 그림책을 빛 그림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대형 마트의 오픈행사에서 몇 백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빛 그림으로 제작된 그림책 영상물을 보며 구연한다는 것이 그 분의 계획이었다. 그 무렵 모 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는데 그림책을 CD에 담아서 빔 프로젝트로 학교를 순회하며 보여준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우연히 겹쳐진 두 제안에 대해서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원래 모습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 변형되어 전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서였다. 그분들은 많은 아이들에게 동시에 그림책의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상물로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왜 그림책을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하나? 인원이 적을수록 그림책 읽어주기에는 더욱 효과적일 텐데? 그림책과 빛 그림은 전혀 느낌이 다를 텐데? 그것도 완성도 높은 책의 형태를 버리고 짧은 시간에 어설플 수밖에 없는 영상물로 제작하여 작품의 질을 떨어트려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림책 읽어주기에 능숙한 어른이라 하더라도 몇 십 명이 넘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력 있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림책 읽어주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어쩌면 그림책 읽어주기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독서 문화 수준이 가늠될지도 모르겠다.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혹은 초가집 황토방의 초롱불 가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야기꾼이 사라진 오늘날 그림책은 이야기꾼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그림책이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그저 한권의 책에 불과하지만 그림책을 들고서 어른과 어린이가 마주 했을 때의 그림책은 책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된다.
 어린이는 그림책과 나란히 혹은 마주앉아 어른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본다. 따뜻한 시선과 체온을 느끼고 어른이 들려주는 목소리의 세계를 만난다. 어린이는 귀로 소리를 듣고 마음속으로 영상을 그리면서 언어체험을 하게 된다. 그림이 연출하는 시각적 형상의 세계와 만나고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만지거나 책장을 넘기면서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어린이는 한권의 그림책만으로도 오감을 총동원한 종합적인 예술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내 그림책뿐만 아니라 모든 그림책들이 어린이들에게 읽혀질 때 좀 더 개인적인 의미가 있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전달되기를 원한다. 공개 방송 하듯이 잔치하듯이 들뜬 분위기에서 전달되기 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소박하게 마음을 다해 읽어주는 그림책 읽기가 어린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영상물 제작이나 체험 활동이 제시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사전에 충분하게 검토되고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고 단지 행사를 치러내기 위해서 급조되거나 어린이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홍보성 이벤트이거나 효율성과 기능성만 강조된 독서교육의 매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곤란할 것이다.
 지금도 전국에 있는 학교, 도서관, 공공장소에서는 다양한 어린이와 관련된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벌이는 이런 행사들이 얼마만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으며 어린이가 어른들의 들러리가 아닌 주체로서 대우를 받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책읽기는 습관이다

 딸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이 자와 10자를 구별하지 못해 제 이름 앞에 이씨 성을 쓰지 못하고 10자를 써 넣었다. 덕분에 나 또한 이억에서 10억으로 이름값이 다섯 배나 뛰어 올랐지만 딸아이의 헷갈림은 한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이렇게 단순한 한글모양도 구별 못하는 아이였지만 어휘력과 독서량은 또래 아이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한 번 읽어준 책은 줄줄 외워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그리고 고모와 곰 인형에게도 책을 펼쳐들고 읽어주었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도 아이가 아직 한글을 충분하게 못 읽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는 책 읽기에 한참 기세가 올랐을 때는 마치 굶주린 아기 곰이 꿀단지를 비우듯이 다양한 책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워대곤 했다.
 반면에 아들아이는 두 살 무렵 한글을 깨우치고 수많은 공룡이름을 외워 주변을 놀라게 하였지만 갈수록 책읽기는 영 신통치 않았다. 집안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외면하고 오직 좋아하는 몇 권의 지식 정보 책만 반복적으로 보고 또 보고 하였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독서취향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마다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읽기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제 나이에 맞는 책을 사대기에 바빴지만 아들아이에게는 처방이 필요했다.
 우리 부부가 아들아이에게 적용한 첫 번째 방법은, 이야기책 읽어주기였다. 아이는 정보 책에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정보 책을 구입하여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어줄 때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책을 골라 읽어주었다. 왜냐하면 정보 책은 스스로도 열심히 보았지만 이야기책은 권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중 옛이야기 그림책을 좋아했는데 잠자기 전뿐 아니라 책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언제라도 읽어주었다.
두 번째는 보여주고 싶은 책을 집안 구석구석 놓아두기였다.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아이 방, 거실 탁자, 부엌, 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에 미끼처럼 놓았다. 아이의 동선을 잘 파악하여 잘 안 읽는 것 같으면 놓인 위치를 바꾸기도 하면서 최대한 책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집안이 어수선해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효과는 좋은 편이었다.
세 번째는 아이가 질문 했을 때 적절한 답변을 하고 그와 관계되는 이야기나 정보 등을 책에서 찾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네 번째는 개인 책꽂이 마련하기였다. 우리 집에는 공동으로 쓰는 책꽂이가 있었지만 아이가 자주 보는 책이나 좋아하는 책은 개인 책꽂이에 꽂게 하였다.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분류하고는 매우 만족해하였다. 언젠가 어른들이 청소를 하느라 치우기라도 하면 항의를 하며 자신만의 도서 분류 방식을 주장하였다.
 지금 고3 입시생이 된 딸아이는 입시공부의 와중에도 관심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중학생이 된 아들아이는 만화책이라는 새로운 편독대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예전에 비해서 다양한 책들을 보고 있다.
 책읽기는 습관이다. 어린이에게 책읽기가 교사나 부모의 요구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해야 하는 괴로운 숙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책읽기는 어린이가 스스로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축복의 상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저마다 성격이나 취향도 다르고 생김새나 식성도 다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어린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린이가 좋은 책읽기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다른 특성을 가진 어린이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림책에 나타난 나의 어린시절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당시에는 땔감으로 나무를 썼던 시절이라 산이란 산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없는 붉은 황톳빛 민둥산뿐이었다. 동네 개구쟁이들은 밥만 먹고 나면 우리 집 뒤에 있는 대머리 민둥산에 모여서 놀았다. 우리들은 전쟁놀이를 하거나 씨름을 하거나 그것도 심심해 지면 개울가에 가서 가재를 잡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마치 놀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하루 종일 산으로 들로 냇가를 쏘다니면서 지치지도 않고 놀았다.
마을의 집들은 한두 채의 기와집을 빼고는 대부분이 초가집이었다. 마을 뒷산을 닮아서 후덕하게 생긴 초가집은 우리 가족과 참새들의 보금자리였다. 나와 형은 늘 초가지붕 속에 사는 참새를 잡으려 하였지만 번번이 허탕을 칠뿐이었다. 봄이면 온 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이원수 선생님의 노래가사처럼 집집마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활짝 피기 시작하면 마을 전체가 눈이 부시도록 환해진다. 그러면 그 광경을 바라보는 어린 철부지의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운 노래 중에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었는데 새마을 운동의 주제가인 이 노래 덕분에 나는 초가집에서 살았던 마지막 세대가 되었다. 자연이라곤 비록 변변한 나무도 없는 민둥산에 가난한 살림살이였지만 나에게는 행복한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 나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뿐만 아니라 나의 여러 그림책에는 어린 시절 자연에서 느꼈던 감성과 이미지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나는 지금도 오래된 나무를 보면 어린 시절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에게서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되살아난다. 따뜻한 햇살아래 빛나는 붉은 황톳빛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행복감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원초적 형상 원초적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는 아마도 어릴 때 시골생활과 자연에 대한 경험이 원형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어린이는 백지상태와 같아서 최초로 그려지는 그림이 어떤가에 따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다고 하였다. 어린이에게 어떤 것을 권할 것인가? 어떤 세계를 물려줄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전적으로 어른의 책임이자 의무사항이다.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건네지는 최초의 책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건네질 그림책을 만드는 어른이다. 어린이에게 어떤 그림책을 건네줄 것인가? 지금 나의 그림책을 건네받은 어린이는 첫 느낌이 어떨까? 저 책을 집어던질까? 아니면 흥미를 갖고 계속 볼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순간이다.

                                                          이억배
출처 : 강남구 전자도서관

샛별 10-05-29 17:11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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