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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4-11 21:29
[출판소식] 엄혜숙의 그림책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3 -갯벌이 좋아요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167  
엄혜숙의 그림책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3
갯벌이 좋아요
엄혜숙
꼬물꼬물 생물들이 모여사는 곳, 갯벌
갯벌은 언뜻 보면, 거무튀튀한 뻘흙만 보인다. 밀물 때에는 물이 찰랑대다가, 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질퍽대는 뻘흙만 있는 곳.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물대는 생물들이 가득 살고 있다. 어기적어기적 걷는 게들, 물을 퐁퐁 내뿜는 조개들, 다리가 엄청나게 달린 갯지렁이, 바위에 잔뜩 붙어사는 따개비들, 그리고 이런 작은 생물들을 먹고 사는 물새들. 갯벌은 이런 갖가 지 생물체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갯벌이 좋아요> 표지 그림
이렇듯 갯벌은 갖가지 생명체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 쉽다. 그런데 이런 갯벌을 소재로 삼은 그림책이 있다. <갯벌이 좋아요>가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동화적 구성과 공들여 그린 그림이 아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 바닷가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아이라면, 이 책의 매력에 폭 빠진다. 자신이 바닷가에서 보았던 게며, 조개며, 따개비며, 물새들이 책을 넘길 때마다 나오며, 미처 보지 못했던 갖가지 게며 해초들이 잔뜩 나와서 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또, 바닷가에 미처 가보지 못한 아이라도 이 그림책을 보면, 갯벌이 궁금해지고, 바닷속 생물들의 갖가지 모습에 감탄하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된다. 아이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신이 모험을 떠나는 '꽃발게'가 되어 보기도 하고, 꽃발게를 보고 배를 잡고 웃는 망둥이가 되어 보기도 하면서 한껏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들 게 되는 것이다.
동화적 구성
이 그림책에는 저 멀리 '바다 끝 흰 구름'을 잡으러 가는 '꽃발게'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자기가 살고 있는 갯벌을 벗어나 멀리멀리 보이는 저 '바다 끝 흰 구름'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 '꽃발게'는 '흰 구름'을 잡으러 가는 길에 갯벌에 사는 생물들, 물속 깊이 사는 생물들을 만난다. 그런데 '꽃발게'가 만나는 친구들은 생긴 모습도 신기하고, 살아가는 모습도 신기하다. 갯벌을 걸 어가면서 어디쯤에나 '흰 구름'이 있는지 묻지만, 가도 가도 '흰 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꽃발게'는 밀물 때, 파란 물이 거 품을 내는 모습을 흰 구름이라고 여기다가 그만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꽃발게는 물속에서도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여러 친구들 을 만나다가, 급기야는 작고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커다랗고 무서운 물고기를 만난다. 모두들 벌벌 떨자 '꽃발게'는 커다란 앞발로 무서운 물고기에게 겁을 주어 물리치게 된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언뜻 보면 자기와 크게 다르지만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에게 칭찬 도 받는 자신과 주인공 '꽃발게'를 동일시하면서 한껏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야말로 나날이 새로운 친구를 만 나고 신기한 사물과 접하는 모험의 연속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여러 번 <갯벌이 좋아요>를 읽어 보았다. 그러자 흥미진진한 모험 속에 갖가지 신기한 갯벌 친구들을 소개하는 이 그림책에 아 쉬운 점이 엿보였다. '꽃발게'가 저 멀리로 '흰 구름'을 잡으러 갔다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나는 구름보다 갯벌이 좋아." 하면서 조용히 갯벌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흰 구름'을 잡으러 갈 때도 그렇고, 그냥 갯벌에 머물게 될 때도 그렇고 좀더 납득할 만한 상황을 설정했더라 면, 더욱 재미있게 그림책 속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갖가지 갯벌 친구를 소개하는 데 급급하여 너무 갑작스레 여행을 시작하고, 또 너무 갑 작스레 여행을 끝낸 게 아닐까.
그림 전개에 있어서의 개연성
부분부분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는데,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그림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한 화면 한 화면은 정말 공들인 그림이지만, 화면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그림 1> <갯벌이 좋아요>의 제1화면
맨처음 화면을 보자.(그림 1) <갯벌이 좋아요>가 시작되는 배경 설정 장면이다. 저 멀리 '바다 끝 흰 구름을 잡으러 가는 꽃발게'가 처음 등장하는데,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은 작고 희미하게 그려져 있고, 화면을 가득 채워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널따 란 갯벌과 갯벌에 사는 온갖 친구들이다. 화면에 갯벌보다도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지고 흰 구름이 뭉게뭉게 나타나고, 저 멀리 있는 '흰 구름'을 동경에 가득 차서 바라보는 꽃발게가 그림으로 그려졌더라면, '꽃발게'의 모험의 동기가 단번에 표현되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갯벌에 사는 친구들에게 주목하느라고 '꽃발게'의 행동의 동기를 드러내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그림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이 갯벌 친구들이 '흰 구름 잡으러 떠나는 꽃발게'를 놀려대는 화면이 바로 뒤 화면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첫 번째 화면이 구성되 었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첫 화면에서는 과감하게 '파란하늘과 흰 구름'이 강조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편, 접는 장치를 활용한 물속 풍경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흰 물거품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접혀진 화면이 나타나는데, 접힌 화면을 펴면 우리가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깊은 바닷속 풍경이 나타난다. 우리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간 꽃발게를 따라가면서 하나씩 신기한 깊은 바닷속 풍경을 보게 된다.
<그림 2> 바닷속 장면
그런데, 그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화면의 색감이 변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다가 갯벌로 다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웬일일까. 그림 전개의 개연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림책이 말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게 하는 요소일 텐데, 이런 점에서는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크기가 변화무쌍한 '꽃발게'
<갯벌이 좋아요>를 여러 번 보다 보니까. 꽃발게의 크기가 변화무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아주 작은 것 같다 가, 어떤 때는 아주 크게 느껴졌다.
<그림 3> <갯벌이 좋아요>의 제2화면
두 번째 화면을 보자.(그림 3) 이 장면에서는 꽃발게가 아주 크게 그려져 있다. 함께 나타나는 갯벌 친구들이나 망둥이에 비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다. 집게발에 주목을 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적 크기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점이 놓친 게 아닐까.(그림 4)
<그림 4> <갯벌이 좋아요>의 제4화면
네 번째 화면은 더 심하다.(그림 4) 왼쪽 화면에서는 물새를 보고 꽃발게가 놀라는 장면이 나오고, 오른쪽 화면에 서는 다가오는 물새를 피해 꽃발게가 뻘구멍 속으로 숨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왼쪽 화면에서 게 눈 두 개만 커다랗게 그려진 것은 그림의 흐름을 깨는 것 같다. 글을 안 보고 그림만 보면, 그게 뭔지 잘 알 수 없다. 게다가 왼쪽 화면을 보면, 꽃발게가 물새보다 아주 커다랗게 느껴지는데, 바로 그 다음에 꽃발게에게 다가오는 물새를 보면 물새에 비해 꽃발게 가 아주 작게 느껴진다. 물새와 꽃발게의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좀 지나친 게 아닐까.
왜 이런 장면이 나왔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이 화면에서는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이 다른 시점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되었다. 즉, 왼쪽 화면은 '꽃발게' 의 시점에서 그려진 것이고, 오른쪽 표현은 제3자의 시점에서 그려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왼쪽 화면은 1인칭 시점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그만큼 주관적이고 감정표현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3인칭 시점에서 객관적 으로 그린 화면이 따라오기 때문에 보는 이는 당황하게 되고 '꽃발게의 크기'가 변화무쌍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동일한 화면에 이렇게 시점이 다른 표현이 나타날 때, 그리고 그것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닐 때, 보는 이는 당황하게 되는 게 아닐까. 바로 잇 달아 이어지는 화면에서도 꽃발게와 갯지렁이의 크기는 잘 알 수가 없다. 물새를 피해 꽃발게가 갯지렁이 집으로 숨는 장면인데, 갯지렁이의 몸 이 길고 길게 표현되어 있다. 또, 꽃발게가 은빛 소라게를 만나는 화면에서는 꽃발게의 앞발이 강조되어 그려져 있다. 꽃발게가 상당히 크게 그 려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소라게는 작게 보인다.
물론 <갯벌이 좋아요>는 정보를 알려주는 지식 그림책이 아니다. 갖가지 바닷속 생물과 갯벌 생물이 책을 넘길 때마다 나오지만, 주인공인 꽃발 게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 그림책이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의 왜곡과 과장, 내용의 환상성은 감안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장면마다 나오는 꽃발게 의 크기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작가가 안이하게 표현한 탓이 아닐까. 그림책 안에서의 개연성이라는 문제를 너무 쉽게 처리한 것이 아 닐까.
한 화면에 표현된 연속 동작
한 화면에서 연속 동작을 표현하는 기법이 이 그림책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대체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거나, 동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다른 시간을 같은 장소'에 표현할 때는 작가 나름대로의 뚜 렷한 원칙이 필요한 것 같다. 책장을 넘기는 흐름대로 방향을 맞춘다든가, 하나의 과정을 연속 동작으로 표현하여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한 화면에서 연속 동작을 표현하는 바람에 그림과 그림의 연결에 개연성을 잃은 장면이 눈에 띈다. 세 번째 장면을 보자.(그림 5) 미끄 럼을 타던 망둥이가 휜 구름을 잡으러 가려는 꽃발게를 놀려대는 장면인데, 왼쪽 그림은 연속적인 장면으로 그려져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둥이가 움직이는 과정을 한 화면에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 자체는 재미있지만 오른쪽 화면과 함께 보면 문제가 있다.
<그림 5> <갯벌이 좋아요>의 제3화면
꽃발게가 망둥이를 쫓아가다가 넘어지자 따개비들이 웃어대는 장면을 보자. 이야기 내용을 보면 꽃발게가 망둥이를 쫓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별다른 장치 없이 망둥이가 꽃발게 뒤에 있으니 어쩐지 좀 이상하다. 망둥이가 놀 려대는 게 부끄러워 꽃발게가 도망가다가 넘어지면 모를까, 꽃발게가 망둥이를 쫓아가고 있는데, 망둥이는 보이지 않고 오른쪽 그림에서는 따개비들만 나오고 왼쪽 그림에서는 깔깔대는 망둥이가 나오니 말이다. 그림책을 볼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고, 또 책장을 넘길 때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그림이 나온 걸 보면, 전체 화면이 아니라, 글 하나하나를 세세 하게 그림으로 그리려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그림 6> <갯벌이 좋아요>의 제8화면
꽃발게가 갯벌에서 높이높이 집을 쌓는 밤게 친구들을 만나는 화면을 보자.(그림 6) 여기서도 꽃발게가 여기저기 에 동시에 등장하여 언뜻 보면 여러 마리의 꽃발게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면, 꽃발게 한 마리가 시간을 달리하 여 움직인 것을 한 화면에 표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장면에서는 긴 시간이 한 화면에 표현되고 있다. 밤게 친구들하고 어울리다가 밀물이 되어 흰 거품이 이는 것을 보고는 '아, 구름이다!' 하고 꽃발게가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밀물을 표현하려면, 한 화면에 모두 표현할 게 아니라, 다른 화면을 설정해도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연속 장면으로 표현된 왼쪽의 화면도 효과가 떨어지거니와 따라오는 밀물 장면 다음에는 갯벌이 아니라 바닷속 풍경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잘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읽어야 비로소 '아, 밀물이구나!' 하고 알게 되니 말이다. 너무 급하게 그림을 전개한 게 아닐까.
이런 연속 동작은 바닷속 풍경 속에서도 다시 한 번 등장한다. 해초로 몸을 숨긴 게와 만나는 장면에서, 꽃발게가 연속하여 세 장면으로 한 화면 에 그려지는데, 동작의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이처럼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여러 번 연속 동작을 통해 '다른 시간대를 같은 장소'에 표현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통해 그림이 이야기를 잘 전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이 이야기의 흐름을 표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속 동작이 등장할 때는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의 전개를 알게 되어야 할 텐데, 글이 있어야만 그림이 이해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자기 나름의 문법을 가지고 그림을 전개하기보다는, 글을 쓴 다음 이 글에 맞추어 그림 을 공들여 그리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갯벌이 좋아요>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주제의식, 주인공을 내세우는 동화적 기법,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림 표현들, 신기한 모습을 한 다양한 갯벌 생물들로 인해 계속 아이들에게 인기를 누릴 것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꽃발게가 널다란 갯벌을 걸어가다가 드디어는 물속까지 걸어가서 작은 물고기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물고기와 싸워 물리치고, 자기가 살고 있는 갯벌을 좋아하기까지의 과정이 정감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작가의 주관성이 앞서는 나머지 글과 그림의 어울림, 그리고 개연성이라는 미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이렇게 따져가며 보지 않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갖가지 생물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 번 더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더 나은 그림책을 만들고, 보고, 즐기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출처 : <꿀밤나무> 제3호 (1999. 10. 12 )
이 글을 쓴 엄혜숙은 아동 도서 편집자이자 번역자이다. 책읽기와 영화보기, 술이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기가 취미이다. 지금은 인하대학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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