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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4-11 21:27
[출판소식] 엄혜숙의 그림책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2 - 강아지똥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213  
엄혜숙의 그림책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2
강아지똥
엄혜숙
아이들은 똥을 좋아한다. 어른들에게는 더러운 물건인 똥을 아이들은 꽤나 좋아한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만 나오면 깔깔거린다. 왜 그럴까? 자기 몸에서 나오는 생산물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똥을 주제로 삼은 그림책이 있다. 권정생이 글을 쓰고, 정승각이 그림을 그린 <강아지똥>이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림책은 동화 <강아지똥>이 원작인데, 원작의 작가가 그림책에 알맞게 다시 글을 쓰고 여기에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창작 그림책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강아지똥> 표지 그림
독자가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
<강아지똥>을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읽어주기 쉽게 그림책 글로 다시 쓴 글도 한 몫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강아지똥’ 캐릭터에 있다고 하겠다.
먼저 강아지똥의 모습을 살펴보자. 강아지똥은 연약하고 어린 아기처럼 그려져 있다. 강아지똥에 비하면, 작은 참새도, 작은 병아리도, 조그만 흙덩이도 커다랗다. 그리고 참새도, 어미닭과 병아리도, 흙덩이도 강아지똥을 하찮게 본다. 이렇게 작고 연약한 존재인 강아지똥은,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른에 비하면 무력하기 짝이 없는 어린아이가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존재다. 어린 아기의 모습을 한 강아지똥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보면서, 아이는 자기도 강아지똥처럼 쓸모 있게, 착하게 살게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그림 1> 강아지똥 캐릭터는 연약하고 어린 아기처럼 그려져 있다.
강아지똥은 골목길 담 밑에서 한겨울을 보낸다. 추운 겨울날에도 강아지똥은 이렇게 생각한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 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의 세계에서 ‘착하다’는 것은 바로 ‘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것은 우리 전통적 세계관과도 일치하는 대목인데, 예전에는 가장 나쁜 욕 중의 하나가 ‘저런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놈!’이었다. 그런데 어떤 일에 쓸 수 있는 것이 착한 것일까? 그림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아름답게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착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강아지똥은 자기의 쓸모를 알 수 있을까? 누가 강아 지똥의 쓸모를 발견해 줄까? 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된다. 어미닭과 병아리 12마리가 나들이 나왔다가 강아지똥을 본다. 하지만 이들은 강아지똥에게서 ‘찌꺼기’만을 본다. 이들은 강아지똥에게서 별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강아지똥 을 지나쳐 간다.
하지만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강아지똥은 민들레와 만나게 된다. 민들레는 고운 꽃을 피우는 존재여서, 강아지 똥은 민들레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민들레는 자기가 꽃을 피우려면, 꼭 강아지똥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아지똥은 이제서야 자신의 쓸모를 알게 되고, 착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만남을 통해 강아지똥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민들레가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고 말하자 강아지 똥은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하면서 힘껏 민들레를 껴안는다. 이때 기뻐하는 강아지똥의 모습은 민들레를 힘껏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클로즈업되고, 강아지똥이 하는 말 또한 커다란 글자로 표현되고 있어, 누구나 이 장면에서는 크게 감동을 받게 된다. 글과 그림이 한껏 강조되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흘 연달아 내리는 비에 강아지똥은 잘디잘게 부서진다. 이렇게 부서져버리는 강아지똥의 모습은 더 이상 칙칙한 색깔의 똥이 아니라 환하고 밝은 색색의 점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거름이 되어 민들레꽃을 피우는 강아지똥의 사랑을 나타내기도 하고, 순환과 재생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더 이상 강아지똥은 더럽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별만큼이나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존재임을 화가는 색색의 점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 다.
이 그림책에서는 면지도 마찬가지로 색색의 점으로 그려져 있는데, <강아지똥>의 주제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면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에 동참하게 되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색색의 점들 속에서 글을 쓴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행복하게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강아지똥>에서 그림의 흐름을 보면
자, 그럼 이 그림책에 담긴 그림의 흐름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그림책의 전체 구조를 보면, 맨 처음 장면과 맨 마지막 장면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맨 처음 장면이 ‘강아지 흰둥이가 똥을 누는 장면’이라면, 맨 마지막 장면은 강아지똥이 있던 자리에 ‘민들레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장면’으로 그려져 있다. 즉, 강아지똥이 민들레와 하나가 되어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이 그림책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림 2> 맨 처음 장면. 강아지 흰둥이가 똥을 누는 장면.
<그림 3> 맨 마지막 장면. 민들레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장면.
그런데 강아지똥의 성격은 어떠한가? 강아지똥은 참새가 와서 더럽다고 하면 울고, 흙덩이가 더럽다고 하면 또 울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강아지똥에게 흙덩이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야기 나누는 강아지똥과 흙덩이의 모습은 왼쪽 화면에 담겨 있고, 흙덩이가 들려주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는 오른쪽 화면에 담겨져 있어서, 현재 사실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림책 화가는 두 개의 이야기에 자기 나름의 시각적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흙덩이가 이야기를 마칠 무렵에 주인이 나타나서 흙덩이를 안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그 자체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흙덩이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농부의 마음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흙덩이를 지켜보는 강아지똥 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책이 접히는 곳에 있는 데다가, 글자리 바로 옆에 있어서 강아지똥의 모습과 글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 장면에 글이 없었다면, 또 책으로 접혀지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아주 인상적인 그림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림책에서의 글자리의 문제, 책이 접하는 곳에서 화면 구성 요소 등이 더 세심하게 배려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림 4> 이 장면에서 흙덩이를 지켜보는 강아지똥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이 그림책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민들레와 강아지똥이 만나는 장면을 보기로 하자. 이 장면은 연속되는 세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봄비가 내리는 날, 둘이 만나는 장면은 클로즈업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다가 그 다음으로 책장을 넘기면 롱샷으로 잡고 있다. 그림책에서의 맨 처음 장면처럼 돌담 아래 있는 강아지똥과 민들에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다음 장에서는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힘껏 껴안는 장면이 클로즈업으로 부각되어 그려져 있다.
<그림 5> 민들레와 강아지똥이 만나는 장면은 연속되는 세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장면은 강아지똥과 민들레가 놓여 있는 환경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던 독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아서는, 둘이 만나는 장면이 멀리 잡혀지고 차츰 가까워지는 편 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둘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꺼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고자 하는 강아지똥의 마음이 차츰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의 변화를 그림이 조응하여 표현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마음의 변화가 글자 크기의 변화로만 표현 되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단순하고 소박한 이야기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똥>은 보면 볼수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강아지똥>에는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아무리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 자연 속에서는 모두가 서로 의지하고 연관되어 있다는 것, 남과의 만남이야말로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 ‘작은 나’를 버릴 때만 진정으로 ‘커다란 우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그림 6> 사흘 연달아 내리는 비에 강아지똥은 잘디잘게 부서진다.
우리는 어린이 그림책은 쉽고 단순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낮고 생활이 단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의 주제 또한 쉽고 단순한 것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세상 속에 살아 가고 있고,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경험하고 있다. 탄생과 죽음, 병과 고통도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이루고 있고, 그 속에서 아이 들은 성장하고 있다. <강아지똥>은 ‘진정한 쓸모란 무엇일까?’, ‘착하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더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여 러 가지 철학적 질문들을 하고 있다. 좋은 책이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을 하는 책이다. 그런데 <강아지똥>은 그야말 로 쉬운 이야기 속에서 깊고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하겠다.
또 다양한 캐릭터의 설정은 이 그림책을 흥미 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주인공 강아지똥뿐 아니라, 참새, 흙덩이, 어미닭과 12마리 병아리, 민들레 등의 캐릭터가 마치 한 편의 연극에서 처럼 각기 다른 성격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주제가 생생하게 부각될 수 있었다. 이것은 원작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욱 잘 알 수가 있다. 부정형의 물체인 강아지똥이나 흙덩이도 독자가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연극을 보듯이 쉽게 그림 책 속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작용을 도왔던 것은 ‘캐릭터의 감정의 크기에 걸맞게 사용된 대사에서의 글자 크기’였다고 하겠다. 그림책의 글을 소리내어 읽을 때, 저도 모르게 큰 글자는 크게 읽으면서 그때의 감정의 크기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우리 전통적인 그림의 선과 색채, 그림책에 등장하는 친숙한 인물들과 사물들이 아이들의 감동을 더욱 크게 하는 요소 가 되었을 것이다.
그림책 <강아지똥>에서 ‘똥’은 흔히 보는 똥이 아니다. 작가는 강아지똥을 통해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하찮은 강아지똥이 삶의 본질을 묻는 ‘관념의 똥’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림책에서 이런 관념을 다룬다는 게 어린이에게 어떤 의미 가 있을까? 좀 어렵지 않을까? 똥은 단지 똥일 뿐이고, 자연 속에서 순환한다는 것은 그리 슬픈 일도, 그리 기쁜 일도 아닐 터인데 말이다. 똥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책이 나와서, 똥의 다양한 면모를 아이들이 즐기게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꿀밤나무> 제2호 (1999. 6. 21)
이 글을 쓴 엄혜숙은 아동 도서 편집자이자 번역자이다. 책읽기와 영화보기, 술이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기가 취미이다. 지금은 인하대학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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