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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2-23 14:19
[출판소식] [한국의 출판 비지니스]출판사는 늘고 시장은 줄고
 글쓴이 : Mr.hwa…
조회 : 4,535  

작년에만 출판사 2800여곳 생겨… 서점수는 10년 동안 '반토막'
출판사90% 이상이 한 권도 출판 못해… 전자책 기술은 세계 최고


직장인이 은퇴 후 창업 아이템으로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출판사와 식당이다. 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의 경우 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2003년 3월부터 절차가 더 간소화됐다.

그리고 극히 드문 일이지만 단 한 번의 출간으로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아침형 인간’(저자 사이쇼 히로시, 역자 최현숙)은 2003년 한스미디어라는 출판사를 차린 김기옥씨의 데뷔작이었다. 그는 7000만원으로 출판사 창업을 했는데, ‘아침형 인간’이 90만부가 팔리면서 5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3억원의 순익을 손에 쥐게 됐다. 이를 ‘시드 머니(seed moneyㆍ종자돈)’로 해 최근까지 ‘공부 잘 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 ‘초등공부 독서가 전부다’ 등 200여권의 책을 내고 있다. 김씨는 “출판계에서 10년간 근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독자 성향과 출판계 흐름을 잘 읽고 운까지 받쳐주면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이 로또복권 당첨과 같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6년 5월 현재,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출판사는 2만5931개다. 2005년 한 해에만 2800여개가 새로 등록했다. 그런데 시장규모는 2조6940억원(대한출판문화협회 2005년 집계)으로 2004년의 2조3484억원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2003년 2조4463억원, 2002년 2조8077억원에서 볼 수 있듯이 감소 추세다.<그래프 참조>

즉 출판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출판사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하는 출판사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0곳 중 9곳은 아예 출간을 하지 않는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출판사는 주로 1인 출판사이거나 인쇄소, 제본소의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문만 닫은 ‘개점형 폐업’인 경우도 많다.

작품성과 상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신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에는 4만3585종(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이 출간됐다. 참고로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총 92만2324종이 나왔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납본된 책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00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간의 생산 측면에서 보면,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은 ‘아웃소싱(외주 제작)’이다. 실제로 자본만 갖추면 책상과 전화기 한 대로도 얼마든지 출판사업이 가능하다. 원고는 작가가 쓰고 편집은 대행사에 맡기고 인쇄, 제본, 보관, 판매를 모두 외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은 1인 출판사뿐만 아니라 대형 출판사에서도 점점 선호하는 추세다.

신간의 초판은 경우에 따라 1000부에서 수만 부까지 찍지만 일반적으로는 3000부 내외를 찍는다. 초판 제작비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드는데 1000만~2000만원으로 보면 무난하다. 보통 초판이 모두 팔린 후부터 이익이 남기 시작한다.


도서 가격은 순수 제작비, 인세, 유통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순수제작비에는 종잇값, 인쇄비, 제본비, 편집 디자인 비용이 포함되는데, 이는 전체 가격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인세 10%, 유통비용 30~40%이며, 20~30%는 출판사 관리비 등으로 충당된다.

출판사 상위 10위권에서는 ‘빅3’인 시공사, 민음사, 랜덤하우스 중앙에 이어 웅진, 김영사, 넥서스, 대한교과서, 북21, 위즈덤하우스, 창작과비평, 푸른숲, 한길사,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공동으로 한 독서실태 조사 자료(2004년)에 따르면,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 중에서는 이문열씨가 10%의 독자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박경리(5.7%), 박완서(4.7%), 이외수(3.0%), 조정래(2.8%), 최인호(2.8%), 공지영(2.7%)씨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국작가 중에서는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 ‘오 자히르’), 댄 브라운(‘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베르나르 베르베르(‘개미’ ‘나무’), 무라카미 하루키(‘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이 상위권에 포진됐다. 최근 들어서는 ‘모모’의 미하일 엔데,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등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런데 신간 생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번역서가 30%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만큼 원자재(원고)의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증거다. 해외도서의 저작권 에이전시는 250여곳이 문화관광부에 등록돼 있고, ‘빅3’인 신원, 임프리마 코리아, 에릭양을 포함해서 10여곳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출판사에서 생산된 신간은 어떻게 유통될까? 60%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20%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 또 10%는 대형할인점에서, 나머지 10%는 홈쇼핑, 출판사 직판, 북클럽 등에서 담당한다.

출판사에서 오프라인 서점으로 넘어갈 때는 도매상이나 유통 배본 대행사가 개입하기도 한다. 교보, 영풍, 리브로, 반디 앤 루니스 등 대형 서점은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지만 중소 서점은 송인서적, 한국출판협동조합, 북센 등 도매상에 책을 공급 받는다. 도매상은 전국에 걸쳐 100여곳 있는데, 자사의 판단으로 책을 사들여 중소서점에 공급한다. 여기에 도매상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유통 배본 대행사가 10여곳 있다. 유통 배본 대행사는 서점의 주문에 따라 보관과 배달을 대행하는 일종의 ‘퀵 서비스’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 서점으로는 예스24, 알라딘, 모닝365, 인터넷 교보문고 등이 있는데 이들의 할인 경쟁은 ‘제살 깎기’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치열하다. 1년 미만의 신간은 10%를 할인해줄 수 있고 1년이 넘은 구간(舊刊)의 할인율은 제한이 없다. 여기에 적립금, 마일리지, 무료 배송 등을 포함하면 최고 70% 이상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은 물론 TV 홈쇼핑에서도 소비자에게 책을 판다. GS홈쇼핑과 CJ홈쇼핑은 각각 연 400억원대의 도서 판매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동네 서점이라고 불리는 중소서점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서점조합 통계에 따르면 1996년 5378곳이었던 전국의 서점 수는 2005년에 3429곳으로 크게 줄었다. 서점도 출판사와 마찬가지로 ‘개점형 폐업’과 ‘겸업’을 하는 곳이 많아 10년 동안 반토막이 났다고 보면 된다.

동네서점의 붕괴에는 전국적으로 1만여곳이 포진해 있는 도서대여점의 공격도 영향을 미쳤다. 책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접속’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신세대와 절약형 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번 읽고 진열대에 꽂힐 책을 굳이 비싸게 구입하기보다는 싸게 빌려서 읽고 돌려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출판업계에서는 대여가 자주 되는 책은 판매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여료의 일정액을 출판사와 저자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 독자가 지니는 소비자로서의 특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신간의 소비 측면에서 최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교양서적보다는 실용서적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깊이 있는 사유의 힘을 기르기보다는 매뉴얼(교본)처럼 읽고 나서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서적의 인기가 높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등 인문 교양서를 주로 출간해오고 있는 바다출판사의 김인호 사장은 “요즘 독자는 교양과 지식보다는 재미와 실용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IMF위기 이후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책은 억셉트(accept)하고 그렇지 않으면 리젝트(reject)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최근 책의 소비에 있어 ‘TV셀러’ ‘인터넷 셀러’의 강세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TV셀러’란 TV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긴 책(‘TV동화 행복한 세상’ ‘생로병사의 비밀’ ‘위대한 밥상’ 등), TV에 등장한 책(‘모모’ ‘야생초 편지’ ‘봉순이 언니’ 등), TV 출연자가 쓰거나 번역한 책(‘마시멜로 이야기’ 등) 등을 포함한다. ‘인터넷 셀러’는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그놈은 멋있었다’ ‘누가 해도 참 맛있는 나물이네 밥상’ 등) 등이다.

이처럼 미디어의 영향으로 대형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며 그 중에는 별 내용이 없어도 TV, 인터넷에서 부추겨주면 잘 팔린다는 단점까지 잘 보여준다. 이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충동 구매를 많이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미디어와 출판의 상호작용에 대해 평론가 한미화씨는 “활자와 인쇄술의 탄생으로 지식권력이 해체된 후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온 책이 20세기 말에 들어 영화, TV, 인터넷 등 새로운 미디어의 도전과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대중은 블로그 출판 등으로 참여형 소비자(prosumer)까지 돼서 기존의 고급 지식인의 권력마저 해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서 부각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각종 유통 채널과 대여점을 통한 도서 구입과 독서가 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성인의 연 평균 독서량은 11권(2004년 기준)밖에 안 된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이다. 또 도서관의 절대적인 수와 장서가 부족하다. 전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514개이다. 1인당 장서 수는 0.94권으로 미국의 3권, 일본의 2.72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신간을 정기적으로 구입해줄 수 있는 ‘기관 투자자(대형 구매자)’의 규모가 작다는 것도 의미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과 함께 출판계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것은 ‘도서정가제’를 비롯한 유통구조 개선 문제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전자출판 등으로 첨단을 걷고 있으면서 도서 유통시스템은 IT강국에 걸맞지 않게 매우 낙후됐다”면서 “문화관광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서 도서정가제의 약점을 보완하고, 인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사재기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등에서 이뤄지는 무단복사로 인한 저작권 침해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원래는 구하기 어려운 외국 원서 복사를 허용한 것이었는데, 서점과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까지 공공연하게 과대표가 전문 복사업체에 맡겨 대량 복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책의 미래를 말할 때 항상 먼저 등장하는 것이 전자책이다. 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2005년 온라인 출판시장 규모는 2625억원이다. 전자 사전시장이 12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전자출판 735억원, 전자책 550억원 등이다. 전자책은 지금까지 10만여종이 나왔고 일본의 전자책 시장규모(50억엔)와 비슷한 정도로 성장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우리나라는 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자출판 강국으로서의 면모는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주빈국으로 참여한 한국은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u(ubiquitous)북 서비스’ 시연을 했다. u북 서비스란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전자책을 PC는 물론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휴대폰 등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출판계에서는 종이책, 전자책을 막론하고 신간 생산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성은 기술보다 콘텐츠에 무게중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면 특화된 전문 정보를 꾸준히 담는 출판사가 향후 지식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한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백화점식 출판, 즉 종합출판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종합 출판보다 전문 출판 기업이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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