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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25 00:34
[추천작가] 다시, 그림책 : 그 신선한 출발점에서.... 류재수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5,418  
다시, 그림책 : 그 신선한 출발점에서....
*한 컨퍼런스에서 본래의 강의록 외에 나누어주었던 편지입니다.

동지 여러분!
나는 며칠 전 각기 다른 꽃들이 모여 이룬, 호기심에 가득 찬 꽃밭 앞에서 당황했습니다. 그것은 무기력한 선배로서의 부끄러움과, 또 다른 형태로 그림책을 우상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떄문이었습니다.
이 호젓한 밤, 나는 내 자신을 연민하며, 동지 여러분의 그 순결한 눈동자를 선망하며, 다소 결례의 표현이 있떠라도 동지 여러분의 관용을 바라며, 몇 자 부연하고자 합니다.

이 분야의 공적인-공공성-나의 견해는 이미 밝힌바 그대로입니다.
이 편지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여러분 개개인-개별성-을 바라보며 전하는 나의 심경입니다.

동지 여러분, 먼저 우리의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봅시다.
우리는 경쟁과 경쟁으로 어느 한 순간 고요함을 음미할 사이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 여기에 왔습니다. 삶의 고요함을 빼앗긴 우리는, 자신의 삶과 문화에 대해 예비 단계도 거치지 못한-기존 세대로 하여금 무뇌아라는 빈정거림조차 받는-처연한 존재의 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향유해나갈 문화와 기술적 방법을 선택하는 ‘전공’의 이정표 앞에서도, 우리는 깊은 성찰을 할 고요한 시간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그 전공에 대해 거쳐 간 과정과 내용의 실체를 자기화할 여유도 없이, 무슨 무슨 전공의 아무개하고 명함을 박아 이리저리 돌려야 하는 숨가뿐 경쟁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이 사회 어느 한 구석 줄을 대야 존립할 수 있는 우리는 지금 초조합니다.
그런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안고 무엇인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서로 한자리에 모여 같은 모습의 동료들의 면면을 서로 확인할 때는 다소 위로도 됩니다. 돌아온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되어 오늘을 되새김합니다.
이 거대한 대열에 일원이 된듯하기도 하며, 얼핏 폼도 납니다. 그러나 왠지 공허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마치 백화점 구경하고 왔을 때 내 집 살림이 더욱 궁핍해 보이는 허전한 심경이기도 할지 모릅니다.
정체성이니 사명이니, ‘일러스트란?’ ‘그림책이란?’ 해가며, 뒤에 따라붙는 그 많은 해박한 수사들이 머리 아픈, 나와는 상관없는 이상주의처럼 보입니다.
한편으론 무엇인가 내 생의 앞 저만치에서 빛을 발하는 아련함이 설레이게 합니다.
오늘 밤도 우리의 영혼은 그렇게 갈등하며 피곤해집니다.

동지 여러분!
이 갈등의 순간이야말로 여러분이 살아있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끊임없는 ‘저항’의 결과로서 이익을 취할 것인가, ‘순응’의 안락함을 도모하여 이익을 취할 것인가의 섬뜩한 갈림길입니다.
현 사회의 체제를 인정한다면 어느 길도 의미는 있으며, 여러분의 자유의지를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명징하지 않고, 두 갈래가 한 길에서 혼재한다면 그것은 위선의 길이며, 사회의 독이 되는 까닭에 인간이 갈 길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나는 가만히 우리 그림책 산업의 현재를 조망해봅니다.

서구에서 한 세기에 걸쳐 여과된 책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서점가에 넘쳐나 무너질 정도로 풍성합니다. 동시에 갑자기 부풀려진 풍선처럼, 또 어느 날 사회의 격랑 속에서 사소한 바늘 끝 같은 자극 하나로 터져버릴 거 같은 위기감도 증대됩니다.

‘돈’되는 시장이 되다 보니, 장은 공룡처럼 거대화되고 별별 곳곳에서 모여든 장꾼들로 만원입니다. 옷장사, 신발장사, 푸줏간 집 주인도 슬그머니 그림책 더미 하나씩 꿰어 차고 모여듭니다. 저마다 화냥년 뺨치듯 꾸며대고 그 아름다운 언어들로 추파를 던집니다. 그리고 종이에 기름 배듯 우리 영혼에 스며듭니다.
어느덧, 본래 들에 핀 꽃처럼 자연스럽던 한 낱 그림책은 온갖 화장으로 덧칠해져 그만, 위대한 꽃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편, 고분고분한 상품 미학의 추파에 마취된 소비자들은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분별력을 잃은 채 장바구니에 담기 바쁩니다.
저마다 탐욕을 채운 장꾼들이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위해 사라진 저녁 무렵, 빈 장터에는 강간당한 언어들만 쓰레기에 싸여 삭풍에 쓸려 다니고 있습니다.

이 허허로운 장터 앞에서, 이 쓸쓸한 현실 앞에서, 비분강개 하기에는 너무나 삼엄함 두려움앞에서.....
동지 여러분, 공공의 거창하고 거대한 대열 속에 외로운 개개인 여러분!
손응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기회주의자들이, 갖은 수단으로 자신의 온존함을 유지하려 해도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여러분은 젊습니다.
미래는 여러분의 몫이며 선택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 건강한 여러분의 미래를 위하여, 여러분의 의식주와 충만한 영혼의 기쁨을 위하여, 이 과도기의 추한 시장-현실-이 혁파되어야 함은 시대의 당위이자 여러분 개개인의 책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엄격한 지표를 설정해야만 합니다.
신념-용기-욕망-희망-새로움-투명한 마음-애정...이런 개념을 배울 수 있습니까?
그 신선한 개념의 의미는, 무슨 조직 활동 속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오직 홀로 고적함을 응시하며 내 과거 내 현재에 대한 무섭도록 냉철한 성찰 위에서만 자기화 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그것은 피할 수도 없는 성스러운 과정입니다.
그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내 가슴 어느 한 곳으로부터 신선한 ‘저항감’이 벅차오르며, 자연스럽게 신념과 희망이 자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떤 이념적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한 ‘자기 애정’의 궁극적인 표현력입니다.

여러분은, 예술-일러스트레이션-좋은 그림책-아름다움-정서-천진함-사랑-기쁨-사회-이상-사명-아침-노을....기존의 그 모든 이미지들에 대해 저항해야만 합니다.
그 언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순결하고 투명한 언어들로 여러분의 가슴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무슨 의미의 개념들이 아니라 그 개념 자체를 의심하고 성찰하여 그 결과를 새롭게 인식하고 느껴야 합니다.

그리하여 본래 일러스트레이션은 없으며 그림만이 있었던 것처럼.

그림책에 덧씌워진 온갖 음흉한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그 수많은 규정과 정의 속에 숨막히는 이미지를 혁파하고, 그 촌티나는 젓국냄새와 열등감을 극복하고,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은 본래의 자연스러운 개체로서,
마치 이웃의 다정한 친구같은 존재로서의 친근함을 되찾아야겠습니다.

그렇게 온전한 모습을 갖춘다면,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순수한 열망은 병들지 않고 더욱 진하게 가속화될 것이며, 전문성의 제 조건들도 바르게 스스로 터득되어 갈 것이며, 비로소 영리한 두뇌가 아닌 자기 땀으로 빚어낸 그림책의 아름다운 실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또 그 지점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상업주의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듯 여러분에 대한 요구는, 개인의 책무와 당위성을 넘어 이 땅의 역사의 외침입니다. 역사는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이 땅, 이 현실 위에서 여러분 개개인, 자신의 체험이 곧 역사입니다. 그 체험의 양태가 가족과 친구와 이웃간의 체험과도 공감대를 이룰 떄 그것이 곧 역사이며 보편성에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분 개개인의 아픔과 연민과 절망과 희망이 정당성을 지닐 때, 여러분이 열망하고 그리워하는 그 ‘창조적 영감’이 비로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의, 참 그림책이란 그렇게 매 순간 살아있는 역사의 순화된 모습입니다.

류 재 수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2-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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